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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필사는 의무감이나 욕심이 아닌 벅찬 감격과 떨림 그리고 기쁨과 설렘속에서 필사를 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천재들이 가장 선호한 필사 방식은 원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자도 남김없이 그대로 베껴쓰는 것이었다. 원전을 매일 적게는 몇 줄 혹은 몇쪽, 많게는 십수 쪽 혹은 수십 쪽씩 베껴 쓴다. 마침내 한 권을 완전히 베껴 쓰면 다음 원전으로 넘어간다. 

주의할 점은 번역서가 아닌 원전을 베껴 썼다는 것이다.  로저 베이컨의 " 원전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원전과 관련된 학문 전부를 이해한다는 것과 같다" 라고 하였다. 만일 원전의 언어를 모르면 천재들은 언어를 새로 배웠다.


다산 정약용은 매일 새벽마다 고전을 몇 쪽씩 베껴 쓰는 일을 황홀한 취미로 삼았던 사람이다. 그는 아들 학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상서>와 < 좌전>을 읽도록 하거라. <고려사> <반계수록> <서애집> < 징비록> <성호사설> <문헌통고>등도 읽어보고, 그 내용 중 중요한 것을 발견하면 초서하도록 하여라." 

초서란 인문고전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옮겨 적은 뒤 이를 주제별로 분류, 편집해서 책으로 만드는 것인데, 조선의 천재들이 취한 기본적인 인문고전 독서법이었다.


뉴턴과 헤겔의 필사는 초서와 약간 유사한 면이 있다. 뉴턴의 독서노트는 마흔다섯 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소제목은 물질, 장소, 시간 등 자신의 관심사를 충분히 반영했다. 뉴턴은 책을 읽다가 각 소제목에 해당하는 부분이 나오면 노트에 필사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함께 적었다. 그리고 그 노트를 보면서 자신의 사상을 형성해나갔다.


헤겔 또한 뉴턴처럼 자신만의 필사노트를 만들었다, 그의 필사노트는 자신의 관심사를 반영한 항목별로 나뉘어 있었는데, 독서하다가 각 항목과 관련해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발견하면 즉시 옮겨 적었다.  헤겔은 이 작업을 매우 중요시했는데 이를 통해 천재들의 사고방식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페트라르카는 필사의 천재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신이 인문고전 필사뢍이었을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피렌체를 아예 인문고전 필사의 도시로 만들어버린 장본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필사의 천재가 권유하는 최고의 필사는 영혼을 뒤흔드는 문장들을 마음속에 새기는 것이다. 그 방법은 암송, 즉 외우는 것이다. 


칸트는 엄청나게 긴 고대 로마 고전 작품들을 단 한 줄도 틀리지 않고 암송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링컨은 데모스테네스, 키케로, 셰익스피어 등의 작품을 암송하는 것을 평생 즐거운 취미로 여겼다. 십 대 시절부터 수천 쪽에 달하는 역사고전 <로마제국 쇠망사>를 반복해서 읽었는데 덕분에 대부분의 핵심 구절들을 외울 정도까지 되었다고 한다. 


이지성 작가는 리딩과 함께 필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위의 위인들이 실천했듯이 읽는 것과 직접 쓰는 것의 차이는 크다. 

 난 인문고전은 아니지만 성경을 필사중이다. 성경도 쉬운 책이 아니므로 그냥 읽다보면 그저 눈으로 읽고 지나간다. 무슨 말인지 전혀 남지 않을때가 거의 대부분이다. 의무감으로 책자를 넘기는 독서가 되기 쉽다. 

처음 영어공부를 위하여 영어 성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 한 단어 한 단어를 꼼꼼히 살펴보며 쓰다보니 의미도 더 알기 쉽게 와닿고 스토리도 전체적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이래서 필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는가 ....  사실 생각나는 것이 없다. 

반복 읽기를 통하여, 필사를 통하여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쓰는 이 글도 책을 통하여 내가 남기고자 하는 내용을 다시 보고 다시 쓰면서 내 마음속에 한번 더 울림을 주고 있다.  교훈을 주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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